암환자 영양식부터 슈퍼박테리아 퇴치까지...'가성비 최강' 곤충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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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12-02 13:39 조회5,359회 댓글0건본문
보통 암에 걸려 큰 수술을 받고 난 환자들은 면역력을 높이고 기운을 차리기 위해 잘 먹어야 한다. 고단백 영양식인 육류를 되도록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육류를 많이 먹어도 약해진 소화력으로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르면 올해 말 각종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고단백 영양식이 개발된다. 이 영양식은 적은 양을 먹어도 육류를 먹는 것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영양식의 주 재료는 딱정벌레목 곤충의 유충이다. 이름은 갈색거저리(일명 고소애)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신소재개발연구실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이 공동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윤은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신소재개발연구실 박사는 “일반 환자식을 먹은 집단과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고단백 환자식을 먹은 집단의 근육량, 혈액학적 지표 등 임상 데이터가 곧 나온다”면서 “연구를 통해 개발된 영양식을 암 환자나 연하곤란(음식을 삼키는 데 장애가 있는 증상) 환자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메뚜기 단백질을 입힌 쌀을 이용해 만든 고로케/한국식용곤충연구소 제공
식용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주가들이 술안주로 사랑하는 번데기(누에나방의 유충)이 대표적인 식용곤충이다. 식용곤충은 육류에 비해 2배 이상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사육기간도 쇠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짧아 생산 비용도 적게 든다.
◆ 인류 약 30%가 먹는 곤충...가성비 최강 식품
식용곤충은 기존 육류 단백질에는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현존하는 단백질원 중 영향학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단백 환자식으로 개발 중인 갈색거저리 유충의 경우 음식의 조미 성분이나 위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글루타민산’이 대하(새우), 닭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2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 조사 결과, 전세계 73억 명 중 곤충을 먹는 인구는 약 20억명에 달하는 이유다. 아시아(29개국)와 아프리카(36개국) 대륙의 사람들이 즐겨먹었지만 최근에는 유럽(11개국), 오세아니아(14개국)도 곤충을 식용으로 먹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이전까지 법적으로 벼메뚜기와 누에 번데기, 누에 백강잠이 식용곤충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갈색거저리 유충과 쌍별귀뚜라미가 정식으로 일반 식품 원료로 추가됐다.
전문가들은 곤충 자체의 영양학적 우수성 외에도 미래 식량자원으로서의 곤충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FAO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인구는 83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단백질 필요량은 약 14만7000킬로톤(kt)인데 이를 소고기로 환산하면 소 21억 8000만두에 해당된다. 2030년에는 약 17만kt의 단백질이 필요한데 이는 소 25억2000만두에 해당되는 수치다. 소나 돼지, 닭 등 주요 육류 가축의 사육량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식량 부족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 식량자원별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 소비량 비교/물발자국(www.waterfootprint.org) 제공
곤충의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식용곤충으로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대표는 “소고기 1kg을 얻는 데 약 1만540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소고기 1kg에 함유된 동일한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식용곤충을 사육하는 데 대략 3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며 “2030년 수자원 저장 및 정화시설 부족으로 약 10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식용곤충은 친환경 식량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의약품 물질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 영역 넓히는 곤충
곤충을 식용뿐만 아니라 의약품 물질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지난 2010년 영국 노팅엄 대학 사이먼 리 연구원은 바퀴벌레의 뇌 조직과 신경계에 슈퍼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강력한 항생물질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슈퍼박테리아는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죽이기 어렵다. 리 연구원은 바퀴벨레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이 강력한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을 약 90% 가량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당시 사이먼 리 연구원은 “바퀴벌레가 각종 박테리아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만큼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 대항할 수 있는 물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2015년 농식품부는 왕지네에 포함된 펩타이드 성분이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약 15~42% 가량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애기뿔소똥구리에서 항생제 성분인 ‘코프리신’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 급성 장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포도상구균 감염 상처에 코프리신을 처리한 결과 상처 면적이 빠르게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코프리신이 만성 장염에 걸렸을 때 손상된 장 내부 점막 구조를 70% 가량 회복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를 주도한 황재삼 국립농업과학원 신소재개발연구실장은 “곤충에서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 ▲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효능이 있는 물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입증된 애기뿔소똥구리/연합뉴스
◆ 식용 곤충에 대한 혐오도 의외로 낮아
올해 4월 20일부터 4일간 열린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에서는 식용곤충 전시 및 시식 부스가 운영됐다. 부스 방문객 650명을 대상으로 곤충 식품 시식을 한 뒤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3.1%가 향후 식용곤충을 이용한 식품을 구매하거나 식용곤충 요리 전문점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56%)보다는 남성(71.8%), 10대(60.2%)보다는 40대(88.9%)가 식용곤충에 대한 호감도(식용곤충 구입 등)가 높았다.
특히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식용 곤충에 대한 위생 및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실제로 시식을 한 뒤 조사에 응한 사람의 64.6%는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균 고려대 생명과학부 연구교수는 “혐오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곤충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반적으로 곤충을 혐오스러워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6/2016071600907.html#csidx8431d7149734e75953cc5221552a3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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